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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9-20

-붕어빵
우리 동네에는 1,000원에 붕어빵을 2개 파는 집이있다.
올해 겨울부터 그러했는데, 작년에는 3개 2,000원에 팔았다.
이 동네의 메인 거리는 약 100미터 정도로 거리의 시작과 끝에 붕어빵 장사를 하는 집이 2개가 있다. 올해 그 중 한군데가 가격을 낮춰버린 것이다.
서울에서, 요즘 물가에 이런 혜자스러움을 느껴도 될런지 모르겠다. 500원과 1000원. 그 서민적인 금액에 감정이 묘하다.
‘사장님은 힘드실텐데’ 싶으면서도 내년에도 이 행복을 누리게 해주시면 안될련지-.
그러나 나라는 이런 우스운 인간은 지금의 행복도 정말 먹고 싶을 때에만 2개 밖에 사먹지 않는다.

-꼬마(춤을 추듯이 걷는다는 것에 대해)
삼청동에서 안국역으로 걸어가는 길.
눈 앞에 외국인 부부와 그 주위를 뛰어노는 아이가 보였다.
꼬마는 부모 주위를 앞지르고 뒷지르고 왔다리 갔다리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구애의 춤은 아니었다.
생동감 넘치는 세계의 일부.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그래서 무겁지 않고 가벼웠다.

나는 두 다리로 음식을 집어먹듯이 걷는다.
광화문 앞에는 시위가 한창이다.
중력에 굴하지 않고, 가벼이 몸을 흔들었던 유년시절의 몸짓을 회상하라.
그렇게 꽃을 좋아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ps.가벼움은 자유의지를 동반한다?.

-작업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은 전통적인 물질관을 넘어서, 물질 자체가 능동적인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과 비인간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생성한다고 보는 철학적 흐름이다.
베넷(Jane Bennett)의 이론은 신유물론 철학의 일부로, 데카르트적 이원론(정신vs물질)이나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비인간 존재들의 능동성을 강조한다.(브뤼노 라투르, 질 들뢰즈, 도나 해러웨이 등)
물질 자체가 의미를 생성하고, 인간이 아닌 요소들도 예술적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생동하는 물질: 우리는 흔히 물질을 비활성적인 것, 인간이 다룰 수 있는 도구나 배경으로 여긴다. 하지만 베넷은 물질도 자체적인 힘과 생명력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사물의 행위성: 인간뿐만 아니라 사물도 행위성을 지닌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하수구에 쌓인 쓰레기들이 인간 사회에 영향을 주고 정치적, 환경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처럼 물질도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에 개입한다.
(비인간 행위성: 동물,식물,기술,바이러스,기후 등 비인간 존재들로 행위성을 지닌다.)
>인간-비인간 네트워크: 인간은 물질과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 사용하는 기술, 자연환경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재료자체가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면, 예술가의 역할은 통제자가 아니라 재료와 관계를 맺는 존재가 된다. 재료를 ‘수단’으로 여기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사고방식에서 쉽싸리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외려 나를 인간으로 생각하기 앞서 하나의 물질, 즉 자연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사물로서의 나를 생각한다면 나는 바람이 되어서 꽃을 흔드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물론, 바람은 폭력성을 가지고 돼지 집을 날릴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함께했다는 느낌이다. 이전에 언급했듯 도자에서 흙의 물성, 가마의 불길, 유약의 흐름이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개입하는 과정 자체를 협업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식물, 돌, 빛, 기후 등 비인간 요소를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삼는 생태 예술과도 연결된다. 동)

나에게 흙이나 유약은 이 개념(신유물론)을 알기 전부터 살아있는 물질로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생동하는’이라는 형용사보다 우연적 발생을 머금은 존재로 더 해석되었고
그 우연에 대한 관심은 인간 삶으로 확장되었다. 여기서 스스로 의문을 가졌던 것은, ‘물질이 스스로 반응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내가 과학적으로 그 원인을 알지 못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인가?’ 였는데,
이는 단순히 사실 확인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흙이 물을 머금으면 부드러워지고, 건조하면 딱딱해지는 것은 입자 간의 물리적 변화 때문이다
> 유약이 가마에서 녹아 흐르는 것은 온도에 따른 화학적 반응이다
>식물이 성장하는 것은 세포 분열과 광합성 과정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심상, 즉 내가 느낀 것에서 나아간 그것(자연현상)이 가진 상징성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우연에 포커싱된 관심은 원인을 알고 싶어했고,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이 우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물질을 통해 확장된 사고를 가졌던 것이다.
원인, 그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현상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되었더라도, 그 현상을 보며 매번 원인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우리의 육안은 진리에 이르기에는 부족한 사물이고, 육안의 세계에서는 외피만이 존재한다.
슬퍼할 필요는 없다. 외피는 일종의 보호막이기도 하니까. (매번 오버레이로 중첩된 레이어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감사하도록 하자.) 어쨋든, 우리는 매번 내피를 인식하지 않고 산다. 대신 사물의, 또는 현상의 상징성- 즉 은유를 통해
각자 유추를 해나갈 뿐이다. 이 세계에는 항시 고정된 진실은 없으니 말이다. 우리의 세계에는 도덕이라는 학문이 있지만 그 도덕조차도 달리 해석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주관성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다시금 몸소 전율할 뿐이다.
이는, 세상이 가볍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겨울 눈보라 치는 거리를 걷다 뒤돌아봤을 때, 걸어온 흔적없고 흐릿한 배경 속에서 의미는 온데간데없지만 나를 위해, 인간을 위한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내가 물질을 스스로 반응하는 존재로 느꼈다는 것은 그 물질과 관계를 맺으며 감각한 경험이니 이 또한 사실이다.
어떤 점토는 형태를 잘 유지하고, 어떤 것은 쉽게 형태를 잃어버렸다. 식물이 저절로 자라는 것처럼 ‘이건 내가 조작한 게 아닌데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기없는 에세이> p.267
아리스토 텔레스를 포함하여 그리스인들 다수는 과학을 통해 목적이라는 관념을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그릇된 신념에 이끌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원인을 네가지(질료인, 형상인, 작용인, 목적인)으로 구분 지었는데 그중 여기서 살펴볼 것은 단 두가지, 바로 ‘작용’인과 ‘목적’인이다.
작용인은 우리가 단순히 원인이라고 불러야 할 원인이다.
목적인은 목적이다.
예컨대 당신이 산행을 하는 도중에 목이 타서 도저히 못 견딜 지경에 이르렀을 때 마침 여관을 발견한다면, 이 여관의 작용인은 건물을 지은 벽돌공들의 행위인 반면 목적인은 당신의 타는 목을 적셔 주는 일이다.
만약 누가 ‘왜 이런 곳에 여관이 있지?’라고 물으면 ‘누가 거기다 지었으니까 있겠지’라고 하든 아니면 ‘목마른 길손이 많이 지나는 곳이니까 있겠지’라고 하든 똑같이 적절한 대답이다.
하나는 작용인에 따른 설명이고 다른 하나는 목적인에 따른 설명이기 때문이다.
인간사에 관해서는 목적인에 따른 설명이 적절한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는 사람의 행위가 목적을 띠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이 없는 자연에 관해서는 지금껏 오로지 작용인만이 과학적 발견의 대상으로 판명되었으며, 목적인으로써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늘 사이비 과학으로 이어졌다.

자연 현상에 목적, 진화 - 생존 그런 걸까.
전통적인 철학에서는 물질을 수동적이고 고정된 것으로 보았지만, 신유물론에서는 물질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능동적인 힘을 지닌다.

(*바슐라르의 물질적 상상력에 대해
물질이 불러일으킨 심상을 해석할 때 바슐라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저서, <물과 꿈>, <불의 정신분석>, <공기의 권리>, <흙과 의지>, <공간의 시학>
>우리가 물질을 단순한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 특정한 이미지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경험하기 때문 .)

-작업(2)
의심이 들 때마다, 복기하려고 써두는 글.
우린 그저 세계의 단면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징검다리

-작업(3)
구조는 뼈, 뼈를 잃어버린 덩어리.
점토에서는 가소성, 가소성을 잃어버린 외피, 다른 것이 될 수 있는 가능성
그러나 뼈가 없으면 안 돼.
서로를 알아볼 수가 없어.
구조를 잃는 것은 신의 영역이 아닐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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